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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상다반사

부모로서 해 줄 단 세가지 - 박노해

친정집 거실에 걸려있던 '자녀를 위한 기도' 때문인지

나도 나중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,

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나도 한번씩 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글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.

물론 내가 써 줄 수 있으면 더 좋구..

 

윤봉길, 김구, 피천득, 고조영래.. 요즘 들어 자녀에게 쓰는 글들이 눈에 들어왔었는데,

이 글을 보자마자 마음이 움직였다.

 

무기 감옥(無期 監獄)에서 살아나올 때
이번 생애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(決心) 했다.


내가 혁명가(革命家)로서 철저(徹底) 하고 강해서가 아니라
한 인간으로서 허약(虛弱) 하고 결함(缺陷)이 많아서이다.

 

 하지만 기나긴 감옥 독방(監獄 獨房)에서
나는 너무 아이를 갖고 싶어서

수많은 상상(想像)과 계획(計劃)을 세우곤 했다.

 

 나는 내 아이에게 일체(一切)의 요구(要求)와
그 어떤 교육(敎育)도 하지 않기로 했다
미래(未來)에서 온 내 아이 안에는 이미
그 모든 씨앗들이 심어져 있을 것이기에

 

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 세 가지였다.

 

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(大地)를 딛고

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맘껏 잠자고 맘껏 해보며
그 속에서 고유(固有) 한 자기 개성(自己個性)을 찾아갈 수 있도록
자유로운 공기(空氣)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.

 

 둘째는 '안 되는 건 안 된다'를 새겨주는 일이다.

살생(殺生)을 해서는 안 되고
약자(弱者)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

물자(物資)를 낭비(浪費) 해서는 안 되고

거짓에 침묵 동조(沈默 同調) 해서는 안 된다

안 되는 건 안 된다!는 것을 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.

 

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(習慣)을 물려주는 일이다.

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나가는 습관과

채식 위주(菜食 爲主)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 생활과

늘 정돈(整頓) 된 몸가짐으로 예의(禮儀)를 지키는 습관과

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(感動) 할 줄 아는 능력(能力)과

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

우애(友愛)와 환대(歡待)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.

 

 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 

내가 해야 할 유일(唯一) 한 것은

내가 먼저 잘 사는 것, 

내 삶을 똑바로 사는 것이었다.

 

유일(唯一) 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

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

결코 해서는 안 될 월권행위(越權行爲)이기에

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

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

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(先輩)가 되고

행여 내가 후진 존재(存在)가 되지 않도록

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.

 

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

'믿음의 침묵(沈默)'으로 지켜보면서

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(同行) 하는 것이었다.

 

박노해 시집<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>중에서

 

 

당장 벽에 붙여두려고.. 내 책상 버전, 네 책상 버전 만들기 돌입!

 

내가 똑바로 사는 것, 아이에게 후지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, '믿음의 침묵'으로 동행하는 것..

부모로서 해 줄 단 세가지 - 박노해.pdf
0.24MB

 

이미지 소스: 어반브러시 http://www.urbanbrush.net/

http://www.urbanbrush.net/downloads/%EA%BD%83%EB%B0%B0%EA%B2%BD-%EC%9D%BC%EB%9F%AC%EC%8A%A4%ED%8A%B8-ai-%EB%AC%B4%EB%A3%8C-%EB%8B%A4%EC%9A%B4%EB%A1%9C%EB%93%9C-flower-background-illustration/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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